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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쇼트와 실험으로 본 대공황 (빅쇼트, 손실회피, 군중심리)

by Won Info. 2025.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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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빅쇼트(The Big Short)'는 2008년 금융위기를 다룬 작품이지만, 그 뿌리는 1930년대 경제대공황과 놀라울 만큼 유사합니다. 두 사건 모두 인간의 심리, 정보의 왜곡, 집단의 비이성적 행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빅쇼트'가 보여준 금융 붕괴의 구조와, 심리학 및 경제학에서 실시된 다양한 실험을 연결해 위기의 본질을 탐구해보려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단순한 경제적 수치가 아닌, 인간의 행동 그 자체가 위기를 유발한다는 점을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빅쇼트가 보여준 금융 패닉의 시작

'빅쇼트'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어떻게 세계 금융 시스템을 붕괴시켰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핵심 인물 중 하나인 마이클 버리 박사는 기존 금융 시스템에 내재된 문제를 조기에 파악하고, 시장 붕괴에 투자하기 시작합니다. 그는 수많은 모기지 대출 중 다수가 '상환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발행된 고위험 대출'이라는 사실을 데이터로 분석해냅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명확한 데이터조차 시장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투자자들, 신용평가사, 금융기관 모두 "부동산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믿음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무지가 아니라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과 집단사고(groupthink)의 전형적인 결과였습니다. 자신이 믿고 싶은 정보만 받아들이고, 위험 신호는 무시하며, 다수가 믿는 방향으로 움직인 것입니다.

이는 1930년대 경제대공황 직전의 상황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합니다. 당시 미국 주식시장은 급등을 거듭하며 ‘끝없는 성장’을 예고했지만, 정작 실물 경제는 과잉생산, 소득 불균형, 금융 규제 부재로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었습니다. 시장 참여자들이 이 불균형을 인식하고도 무시한 이유는, 동일한 심리적 맹점 때문입니다.

결국 영화는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왜 명백한 경고를 무시하는가?" 이는 단지 일부 인물의 판단 오류가 아니라, 다수의 심리적 오류가 누적되어 시스템을 무너뜨린 대표적인 사례로 기록됩니다.

실험이 증명한 비합리적 금융 심리

'빅쇼트'의 등장인물들이 맞닥뜨린 가장 큰 벽은, 사람들이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위험을 판단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심리학 이론이 바로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입니다. 이 이론은 사람들이 이득보다 손실을 두 배 이상 크게 인식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실험 참가자에게 100달러를 얻는 선택과 50달러를 잃지 않는 선택을 주면, 대부분은 손실을 회피하는 쪽을 택합니다.

이러한 손실회피 성향은 위기 상황에서 더욱 극단화됩니다. 2008년 당시,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지금 손해를 보면 안 된다”는 공포 속에 비합리적인 투자를 계속하거나, 위기의 징후를 외면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더 큰 손실로 이어진 것이죠.

또한, 경제 실험 중 공공재 게임(Public Goods Game)은 사람들이 협력보다는 이기적인 선택을 할 때 사회 전체에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이 실험에서는 공동의 자원에 대한 기여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도록 했을 때, 위기 상황이 심화될수록 기여율은 급격히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금융위기 상황에서는 은행, 투자자, 개인 모두 '협력'보다는 '자기 이익 방어'에 몰두하며, 시장의 신뢰를 더욱 약화시킨다는 점을 입증한 셈입니다.

더 나아가 솔로몬 애쉬의 동조 실험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실험은 집단이 명백히 틀린 의견을 낼 경우, 개인이 자신의 판단을 포기하고 집단에 동조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는 '빅쇼트'에서 비합리적인 금융 상품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이에 의문을 제기하는 인물이 외면받는 구조와 동일합니다. 한마디로 “다수가 하니까 맞다”는 착각이 금융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근본적 원인이 된 것입니다.

대공황과 2008년 위기, 인간은 왜 반복하는가

1930년대의 경제대공황과 2008년의 금융위기는 시기와 원인은 다르지만, 인간의 심리적 오류가 위기의 핵심이었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합니다. 과잉 낙관, 신뢰 남용, 금융 상품의 복잡성, 정보의 왜곡 등은 두 시기에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입니다.

1930년대 미국에서 대공황을 촉발시킨 직접적 원인 중 하나는 은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 붕괴였습니다. 예금을 보장받지 못하는 불안감에 사람들은 은행으로 달려가 예금을 인출했고, 이는 소위 뱅크런(Bank Run) 현상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와 관련된 심리학 실험이 바로 사회 전염(social contagion) 관련 실험입니다. 이 실험에서는 불안과 공포가 논리나 정보보다 빠르게 확산되며, 개인의 판단은 군중 심리에 압도된다는 점이 입증되었습니다.

이 현상은 2008년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에서도 반복됐습니다. 실제로 리먼의 자산구조는 갑작스럽게 악화된 것이 아니었음에도, 시장의 신뢰가 무너지자 모든 거래가 중단되고 주가가 폭락하며 글로벌 위기로 확산된 것입니다.

결국 인간은 반복해서 같은 실수를 저지릅니다. 이는 단지 역사 공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본능이 '현재 이익'에 집착하고 '장기 위험'을 과소평가하는 심리적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많은 데이터와 분석이 존재하더라도, 이를 받아들이는 인간의 심리가 똑같다면 위기는 형태만 바꿔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빅쇼트'는 단순한 금융 영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 심리의 결함이 어떻게 시장을 무너뜨리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심리 실험의 시뮬레이션입니다. 그리고 경제학과 심리학의 실험 결과들은 이 영화가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반복되는 현실이라는 점을 입증합니다. 위기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는 단지 숫자를 보는 능력뿐만 아니라, 인간의 심리를 이해하고 경계하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지금 우리는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는 기회 앞에 서 있습니다. 그 기회를 외면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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