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1월을 ‘시작의 달’이라고 부른다.
희망을 말하고, 새로운 목표를 세우며, 올해는 다르기를 바란다.
하지만 어떤 시작은 설렘보다 더 큰 막막함을 동반한다.
1월의 공기가 유독 차갑게 느껴지는 이유는,
어쩌면 새해라는 이름 아래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1월은 말이 없다.
눈은 내리고, 하늘은 낮게 깔리고, 거리에는 사람보다 바람이 더 많이 드나든다.
조용한 날들이 이어질수록, 마음도 점점 안으로 수그러든다.
달력은 분명 첫 장인데, 나는 왜 아직도 작년의 감정에 머물러 있는 걸까.
버리지 못한 후회, 끝맺지 못한 관계, 닫히지 않은 마음.
그 모든 것이 1월이라는 새하얀 종이 위에 얼룩처럼 번져간다.
주변은 바쁘다.
헬스장엔 새로운 얼굴이 가득하고, 다이어리 코너엔 다짐이 넘친다.
그 활기 속에서 문득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도 뭔가를 시작해야 할 것 같고,
무언가를 이루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보이지 않는 압박이 가슴을 짓누른다.
그래서 1월은 어쩌면 ‘기대’보다 ‘비교’와 ‘불안’의 달이 되곤 한다.
나는 가끔 1월이 슬프다.
무언가가 시작되는 시기인데도, 마음은 오히려 공허해질 때가 있다.
작년의 잔재를 털어내기도 전에 새로운 시간을 떠맡은 듯한 기분.
그 시간에 밀려 나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스스로를 다그치는 순간들이 쌓여 간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배우고 있다.
모든 시작이 환희로 가득할 필요는 없다는 것.
슬픔을 품고 시작해도 괜찮다는 것.
1월의 슬픔은 우리가 진심으로 한 해를 살았다는 증거이고,
다시 잘 살아보고 싶은 마음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그래서 올해의 1월엔 다짐보다 침묵을, 계획보다 휴식을,
무리한 시작보다 조용한 준비를 택해본다.
찬 바람을 잠시 견디고, 덜 여문 감정을 하나하나 눌러 담으며
나만의 속도로 다시 걷기 시작한다.
1월의 슬픔은 부끄러운 감정이 아니다.
그건 더 나은 한 해를 바라는 진심이 묻어난 시간의 그늘일 뿐이다.
그러니 이 슬픔조차 껴안고, 조용히 나아가자.
아직은 겨울이니까.